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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처럼 빛나는 순수한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
‘플립(Flipped)’은 사전적으로 ‘휙 뒤집다.’라는 의미로 무언가가 뒤집히는 상황뿐 아니라 첫눈에 반하거나 사랑에 빠지는 상황에서도 널리 쓰이는 어휘이다. ‘플립(Flipped)’이라는 제목과 두 인물이 나란히 나무에 앉아 있는 포스터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이 영화는 로맨스 장르로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플립(Flipped)은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보면 기분 좋아지는 순수한 영화’로. 그러나 동화를 재현해 낸 듯한 따뜻한 색감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가치관을 정립해 가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잘 담아내는 명작으로 칭찬받기 충분하다. 관객들은 인물들이 세계를 만들고, 또 그 세계가 만나는 과정을 감상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야기는 브라이스가 줄리의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브라이스의 반짝이는 눈에 반한 줄리는 브라이스를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쫓아다니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줄리의 마음이 부담스러웠던 브라이스는 늘 줄리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며 줄리를 피한다. 두 사람은 플라타너스 나무 사건, 달걀 사건, 도서관 사건 등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서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이 한 인물의 시선으로만 진행되지 않고 줄리와 브라이스 각각의 시선에서 진행되어 같은 상황에 대한 두 사람의 다른 해석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또한, 줄리와 브라이스가 번갈아 가며 같은 상황을 서술하는 영화의 진행 방식은 관객들이 어느 한 인물의 감정선에 치우치지 않게 만들어준다. 관객은 공평하게 두 인물의 심리 변화와 성장을 바라보며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같은 상황을 다르게 서술하는 두 인물을 바라보며 관객은 각 인물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진짜 가치있는 것을 알아보는 능력을 가진 줄리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는 줄리를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사람’이라고 묘사한다. 그 대사를 듣는 순간, 줄리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표현인 것 같아 기억에 남았다. 줄리는 편견 없이 주변의 많은 것들과 소통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줄 알고 옳다고 판단한 일은 끝까지 열정적으로 주장한다. 우연히 올라가게 된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풍경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후에 플라타너스 나무를 베러 온 사람들을 상대로 나무를 지키기 위해 시위를 벌이며 지역 신문에 실리기도 한다. “그땐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어느 날 오후 플라타너스 나무에 올라갔다가 그 의미를 깨달았다. 높이 올라갈수록 경치가 더욱 아름다웠다. 바람 냄새가 향긋하게 느껴졌다. 햇살과 수풀의 냄새였다. 그 달콤한 향기로 내 폐를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석양을 보던 어느 날 부분이 모여서 아름다운 전체를 이룬다는 아빠 말씀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옮겨왔다.” 이 대사는 줄리가 플라타너스 나무를 얼마나 아꼈는지, 왜 아끼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브라이스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들에도 줄리는 적절하게 대응한다.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는 사건들 속에서도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한 뒤 자신의 방법으로 대처한다. 이러한 줄리의 성향에는 줄리 가족의 영향도 상당했을 것이다. 줄리의 아버지는 놓치지 않고 딸의 감성에 공감해 주고 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존중해 준다.그리고 현상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가르치기보단, 직접 그 현상을 보여주고 줄리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랑 받는 법만 알았던 브라이스의 성장기
브라이스는 줄리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길러졌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며 겉모습을 중요시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평소,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줄리네 집을 무시했는데 그런 아버지를 보며 브라이스도 줄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브라이스도 생각이 바뀌고 줄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할아버지는 브라이스가 줄리가 준 달걀을 계속 버려왔다는 소식을 듣고 브라이스에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등 브라이스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브라이스는 점차 줄리를 신경 쓰는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게 되고 예전에는 알 수 없던 줄리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브라이스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솔직하지 못했다. 그래서 줄리와 줄리의 가족을 모욕하는 친구의 말에 반박하지 못한 채 동조하고 그것을 줄리가 듣게 되며 잠시 둘의 사이가 완전히 멀어질 뻔하였다. 그러나 줄리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참을 수 없던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줄리를 나쁘게 이야기하는 친구와 다툰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이렇게 말한다. “나는 완전히 변했다.”
함께 나무를 심는다는 것 : 플립(Fliped)의 결말
영화의 결말에서 줄리와 브라이스가 함께 나무를 심는 장면은 그동안 두 주인공이 겪어온 모든 갈등과 성장의 과정을 아름답게 봉합하는 장면으로 다가왔다. 이 작은 행위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큰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해보게 되었다. 무화과 나무를 심던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서툴러 보였다면,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라이스가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줄리와의 관계를 바로잡으려는 모습은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보고 나무를 심는 모습은 그들의 심리적인 연결고리를 상징한다. 마치 이제는 서로의 마음을 향해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뜻인 것처럼 보였다. 이를 통해 사랑이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더욱 강조되었다. 또한,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깊은 생각들도 있었다. 주인공들의 성장과 변화를 관찰하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랑을 통해 서로의 모습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며 함께 가는 여정은 언제나 보람차고 값진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